경제안보에 대한 다자주의적 접근

한창완1

1. 들어가면서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철강 및 자동차 등 주요 품목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모습은 마치 자유무역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처럼 보인다. 우방국에 대한 일방적인 고율 관세 부과와 보호무역조치는 WTO 체제와 자유무역규범을 정면으로 흔드는 것으로, 안보를 명분으로 한 자국우선주의가 어떻게 국제규범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그리어(Greer)가 8월 7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칼럼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 효율성의 논리가 지배하던 기존의 무역질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고, 관세가 정책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정당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 WTO 출범 당시의 우루과이 라운드에 빗대어 트럼프 라운드(Trump Round)에 따른 새로운 무역질서가 출현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경향을 뚜렷히 보여준다.2

이를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충동적이고 불안정한 성향 탓으로 돌리려고 할 수도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민족주의적 성향이 지난 10여 년간 중국을 보다 국가 중심의 이념적 사회로 이끈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의 혼란을 단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지나치게 사태를 단순화하는 것이다. 미·중 갈등의 조짐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이전, 특히 2008년 금융위기와 2013년 시진핑 주석의 등장 당시 이미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의 바이든 행정부 역시 기존 대중 관세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경제제재와 수출통제 조치를 정교하게 확대하였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도 미-중 간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는 미-중 갈등이 정치 지도자의 교체와 무관하게 지속되는 구조적이고 장기적 성격이 있음을 보여준다.

어느 정도 진부한 표현이 되었지만, 미국의 지배력은 점차 감소하고 패권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안보적 부상 뿐만 아니라 EU, 인도,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같은 행위자들 역시 미국과 중국 양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세계적·지역적 영향력을 증대하고자 하는 등 최대한의 전략공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패권경쟁으로 인한 국제질서의 변화는 당연히 세계무역질서에도 많은 영향이 미치고, 지난 30여 년간 세계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왔던 무역질서는 점차 다른 모습이 되어 가고 있다.3

이는 국제제도, 국제법 및 국제기구 등 국제적 거버넌스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와 WTO 분쟁해결절차는 사실상 마비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자주의적 틀 역시 흔들린다. 최근 미국의 파리협정, 유네스코 및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는 이를 상징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나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활동의 국제법 합치성에 대해 진영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통상규범을 비롯하여 국제규범을 자국에 유리하게 또는 선택적으로 적용·집행하는 모습은 국제법 규범의 형성, 해석, 집행에 있어 다자주의적 가치가 쇠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기존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와중에 미국, 중국, EU 등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은 자신들의 전략과 비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새 국제질서를 형성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를 가진 중견국(middle power)은 패권을 추구하는 강대국들이나 수출주도형 경제가 아닌 국가와는 다른 관점에서 경제안보를 바라보고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응·적응할 필요가 있다. 다자주의가 사망하였다는 자극적인 표어와 달리, 본고는 여전히 다자주의적 가치가 중요하고 이는 경제안보를 위해서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본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다자주의가 직면한 도전(2)을 살펴보고, 경제안보 시대에 다자주의가 가진 가치와 역할(3) 및 한국의 전략(4)을 검토한 후 마무리(5)하겠다.

2. 다자주의적 무역질서에 대한 도전

1) 미-중 패권경쟁과 다자주의의 침식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경제적 불황이 전쟁 발발의 주요 요인이라고 보고, 미국의 번영과 국제사회의 평화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개방적이고 다자적인 무역질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과 벌인 전략(안보)경쟁에서 구소련을 경제적으로 압도하였고, 구소련의 붕괴와 개혁개방정책의 채택으로 결국 미국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1970년대 이후 일본이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미국을 추격할 당시에도 일본은 미국과 전략경쟁을 할 능력과 의지가 없었고, 경제경쟁 마저도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경제가 점차 활력을 잃어 가면서 미국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구소련과의 전략경쟁과 일본과의 경제경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유일한 패권국가로서 글로벌 질서를 주도하였다. 1995년 1월 WTO의 출범과 2011년 중국의 WTO 가입은 다자주의적 무역질서를 확산시키는 것처럼 보였다.4

중국의 WTO 가입을 승인한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의 시장개방, 투명성 증진, 국영기업 개혁 뿐만 아니라 보다 세계 각국과 통상관계를 맺음으로써 공산당 중심의 정치체계에서 보다 자유로운 사회로의 정치적·사회적 변화가 촉진될 것(“change through trade”)으로 기대하였다. 처음에는 그 기대가 충족될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WTO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글로벌 무역시스템에 편입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중국산 상품을 수출하였다. 동시에 자국 시장을 개방하고 국영기업이 시장질서에 따라 운영되도록 하는 등 서방이 보기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서방의 기대는 2013년 등장한 시진핑 주석에 의해 완전히 좌절되었다.5

공산당 창립 100주년인 2049년까지 중국식 사회주의를 통해 강대국으로 중화민족의 부흥을 이루겠다는 중국몽(Chinese Dream)을 전면에 내세운 시진핑이 2013년 주석으로 취임한 후 기존의 개혁 흐름을 바꾸어 사회주의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공산당 중심의 경제발전을 강조하면서 패권국가로의 도약을 추진하자,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위협한다고 의심하게 되었다. 중국으로의 제조업 이전으로 인한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을 위협한다고 보았다. 중국은 쇠퇴하는 패권국가인 미국이 부당하게 중국의 발전을 막아 중국몽의 달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관세 부과 뿐만 아니라 경제제재, 수출통제, 기술이전 금지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기술자립화, 시장의 다변화와 동시에 희토류 등 핵심자원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하여 장기적인 지구전에 대비하고 있다.6

또한, 첨단기술과 관련하여,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게 강압적으로 기술을 이전하도록 하고 불공정한 산업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보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2018년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개시한 무역확장법 301조 절차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첨단혁신 분야에서 중국의 약진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은 정당의 소속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가 끝난 후에도 상당히 오랜 기간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78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조치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 특히 미-중 간 지정학적·경제적 대립의 한 단면이다. 이는 양국 간 경쟁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무역규범, UN, WTO 등 국제기구의 기능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나아가 무역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에게는 생존기반을 위협하며 동맹·파트너십의 재정렬과 경제안보화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현실을 직면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의 신뢰 상실, 급증한 보호무역주의적 조치, 국제협약이나 국제기구에 대한 무시와 탈퇴, 일방적 경제제재 조치로 인해 규칙과 제도에 따라 다수 국가가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한다는 다자주의적 가치가 침식되어 왔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으로 촉발된 다자주의의 침식과 불확실성에 대응하여 다른 국가와 지역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예컨대, EU와 그 회원국들은 ‘전략적 자율성’을 둘러싸고 논쟁하여 왔고, 최근 EU 집행위원회는 ‘개방적 전략적 자율성(open strategic autonomy)’라는 개념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EU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 역시 우려하며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하였다.91011

2) 경제안보 담론의 부상과 다자주의에 대한 도전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효율성과 수익을 위해 세계 곳곳에 진출하여 촘촘한 공급망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그러나 패권경쟁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이러한 광범위한 연결성은 오히려 약점과 족쇄로 작용하는 경우가 발생하였고, 이는 기존과 다른 위험을 초래하게 되었다. 과거 기업들은 법과 제도가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투자유치국이 정치적 이유 등으로 투자자산을 몰수하거나 규제를 변경하여 사실상 투자의 경제적 가치가 상실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위 산업화된 국가들도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이유로 기업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모두 알게 되었다.1213

과거에도 국가안보에서 경제의 중요성과 경제안보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국가안보의 한 측면 정도로 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글로벌 가치사슬의 확산으로 인해 세계 각국이 서로에게 더 의존하면서, 경제안보는 더 이상 주변부가 아닌 핵심담론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호의존성의 증가는 그러한 의존성을 무기화할 가능성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경제안보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자국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유지함으로써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려는 모든 노력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국가의 자기보존과 적응을 위하여 경제와 안보의 연계를 그 중심요소로 하며, 경제적 정책 결정에 있어서는 효율성 뿐만 아니라 안보에 대한 영향을 중요한 고려요소로 하게 된다.14151617

상호의존성은 국가 간 갈등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러한 관계가 언제든지 단절될 수 있다고 여겨질 때에는 상호의존성이 갈등을 방지하는 적절한 수단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의 자국에 대한 의존성을 무기화한다면 오히려 갈등이 증가할 수 있고, 양국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갈등이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18

국가 간 갈등이 어느 정도의 임계치에 달하면 물리적 전쟁을 통해 대치상태를 해소하거나 새로운 국제규범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있을 수 있다. 핵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핵무기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하에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논의에 따라 부분적 핵실험 금지조약(Partial Test-Ban Treaty, 1963년), 핵확산금지조약(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1970년 발효) 등 국제규범이 형성되는 등으로 일정 부분 핵무기 확산 방지에 성공한 것과 같다.1920

현재와 같은 갈등이 지속되고, 경제안보라는 이름 아래 각국이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치달으면 다자주의적 무역질서는 앞으로 더욱 흔들릴 것이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등장할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떤 모습의 국제질서가 자리 잡을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한동안 불안정한 국제질서가 계속될 것이라고 추론할 수밖에 없다. 미·중 패권경쟁이 계속되고 다극적 질서가 확산되는 한 과거 미국 등 서방이 지지하였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점, 그리고 세계 경제가 이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과거의 냉전 당시와 같이 양 진영이 완전히 교류를 단절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추론할 수 있다.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는 그 사이 어딘가로 귀결되고, 그마저도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의존성을 무기로 삼아 힘을 투사하고자 하는 일방적 시도가 많은 불안정한 국제질서 하에서는 제도와 규칙에 따라 비차별적이고 상호주의적 방식으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자주의가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궁극적으로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이 가능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축소함으로써 다자주의의 복원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다.21

3. 경제안보 시대의 다자주의 가치와 역할

이처럼 경제정책에서 안보 이익의 고려가 중요한 경제안보의 시대라고 하더라도, 국가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견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서 다자주의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자주의적 가치에 따라 제도적 기반을 다짐으로써 갈등의 발생 가능성을 줄이면서 협력 가능성을 높여, 예기치 않은 외부 충격에 직면하더라도 경제적 회복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자주의는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공하고, 새로운 규범 형성과 공동문제 해결에 있어 여전히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첫째, 규범과 제도 기반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 국제무역과 투자 환경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이다. 이는 기업 활동의 핵심 기반이다. 자의적인 권력의 투사나 일방적인 정책 변화가 예상되면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의 무역·투자활동은 위축될 것이다. 다자주의적 국제질서는 자의적 권력 투사를 억제하고, 규범과 제도에 따라 국제무역과 투자가 작동하도록 함으로써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

둘째, 다자주의는 새로운 규범의 수용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디지털통상, 기후위기 대응 등과 같은 새로운 이슈에 대해서는 아직 확립된 국제적 기준이나 규범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패권국가를 비롯한 일부 국가가 일방적으로 규범을 부과한다면 그러한 규범은 일부 국가의 정치적 도구로 인식되고,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한층 어려울 수 있다. 반면 다수 국가가 비차별성, 상호주의 등 다자주의적 가치에 따라 새로운 이슈에 대한 규범을 논의한다면, 규범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면서 보다 용이하게 세계적 범위로 확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규범체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셋째, 다자주의는 집단적 노력이 필요한 공동의 문제 해결을 보다 용이하게 한다. 기후위기, 전염병 발발, 식량 위기 등 전세계적인 공동문제로 인해 국가경제에는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단일 국가나 지역이 홀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다자주의는 전세계적인 공동 대응 노력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러한 공동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다자주의적 제도는 설사 국가 간 우발적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상호간 신뢰 회복의 채널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중견국이나 개발도상국은 다자주의적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자신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패권국가와 달리 중견국과 개발도상국은 단독으로는 국제무대에서 큰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다. 강대국과 양자 협상에서 충분한 협상력을 가지기도 어렵다. 다자주의 틀 내에서는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가 함께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집단적 협상력을 가지고 자신의 경제안보적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경제안보 시대에도 다자주의는 국제경제질서의 예측가능성, 안정성, 정당성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제도적 기반으로 남아 있다. 특히 중견국과 개발도상국은 다자주의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협상력을 높이고, 공동문제 해결 및 새로운 규범 형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불확실성이 확대된 국제질서 속에서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GDP 대비 무역 비중이 88%에 이르는 무역 중심 국가이고, 주요 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되어 있다. 이런 구조 하에서 국제무역 규칙과 질서가 자의적으로 적용되거나 강대국의 통상정책 변화로 인하여 확실성이 확대되면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국제무역질서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최대한 높이고 규범 기반의 운영이 가능하게 하는 다자주의적 접근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

4. 생존을 위한 다자주의 - 한국의 경우

1) 유연한 전략적 다자주의

다자주의의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강대국 간 갈등 확대와 일방적 권력 행사로 인해 그 규범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WTO 분쟁해결절차의 작동 불능이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하여 출범한 WTO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자,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WTO 분쟁해결절차를 사실상 마비시켰다. 이처럼 갈등이 고조된 국제사회에서는 다자적 합의 도출이 어렵거나 상당히 지연될 수 있으며, 설사 합의가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우리나라는 무역 중심의 중견국으로서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조선 등 주요 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에 깊이 통합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국우선주의나 보호무역주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적이다.

이상 살펴본 바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을 전제할 수 있다: ① 수출주도형 경제인 우리나라에게 다자주의적 무역질서는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② 중견국으로서 한국은 강대국과 같은 방식으로 힘을 투사하거나 새 국제질서 형성을 단독으로 주도하기 어렵다. ③ 미·중 패권경쟁과 다극화 진전 속에서 국제질서는 한동안 불안정할 가능성이 크다. ④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견제를 위하여 보다 가까운 관계를 가지면서 협력하고, EU 역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적 자율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⑤ 다자주의의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당분간) 다자주의가 작동하지 않는 영역이 많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전제로 할 때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접근은 ‘유연한 전략적 다자주의’라고 본다. 이는 규칙을 존중하는 신뢰할 수 있는 중견국으로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상황과 분야별로 다자·소다자 협력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불안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다. 이러한 유연한 전략적 다자주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가질 수 있다.

첫째, 국제규범의 위반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상적인 국제무역과 국제규범은 상당부분 지켜지고 있으므로 다자주의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국제제도나 국제기구에서는 보편적·다자적 규범에 따라 행동하고 절차에 참여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국가와 협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첨단기술·공급망 등 민감 분야에서는 이해를 공유하는 일부 국가들과의 소다자주의(minilateralism)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22

둘째, 우리나라는 더 이상 다자주의의 수혜자로만 머무를 수 없고, 디지털통상, 인공지능, 기후위기 등 새로운 규범이 필요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하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중견국으로서 협상력과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사한 입장이나 가치를 가진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또한, 인권, 기후위기 등 민감한 분야에서 특정한 국가를 의식하여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회피하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도 있다. 지나친 모호함은 국제규범의 형성·논의과정에서 배제되거나 신뢰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우리나라가 다자주의적 가치에 따라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뢰받는 중견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강대국이 아닌 이상 일방적인 조치를 통해 우리나라의 이익을 지키기는 어렵고, 일방적인 조치가 국익에 부합하는지 쉽게 판단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규칙과 제도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과 연대를 확장하여 국익을 보호해야 한다.

2) 자원 공급망 다변화의 어려움과 기회

경제안보를 위해 핵심자원의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예기치 않은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를 수행하는 것은 쉽지 않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우리나라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위기대응네트워크의 의장국으로 IPEF 회원국들과 공급망 위기에 대비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훈련도 실시하고, 국내 관계기관들이 합동으로 시나리오 훈련을 실시하며, 조기경보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 공급망을 실질적으로 다변화하고 복수의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원을 보유한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자원 보유국에서 자원을 개발하거나 수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필수 전략자원에 대해서는 충분히 비축함으로써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공급망 전 단계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자원 보유국들 역시 자신이 보유한 자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자원 보유국에게도 이익이 되는 투자 또는 지원방안을 전략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원 보유국의 협력을 끌어내는 윈윈전략을 취하여야 한다. 핵심 자원 보유국들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수입국들이 소다자연합을 형성하고, 수입국들이 공동으로 투자·연구개발을 하고 그 과실을 자원 보유국과 공유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부 대규모 기업을 제외하면 기업들이 새로운 해외 공급망을 구축하거나 다변화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정책금융이나 무역보험제도 등의 활용을 통해 우리 기업의 공급망 다변화 노력을 측면에서 지원할 필요도 있다.

3) 전략적인 경제영토 확보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영토를 넓히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한국은 WTO 회원국이면서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그동안 경제영토를 넓히기 위해 많이 노력하였고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 일부 지역과의 통상협정 체결에는 진전이 없으므로 추가 경제영토 확보가 가능한지 충분히 검토하고, 개방 수준이 높지 않은 한-중 FTA, 한-인도 CEPA 등을 고도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또한,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통상협정 체결도 필요하다. 예컨대, 중국, 일본, EU 등 우리나라의 경쟁국들은 이미 아프리카에 많이 진출하고 일부 국가와 통상협정도 체결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프리카와 실질협력 수준이 낮고 아직 어느 아프리카 국가와도 통상협정을 체결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출범에 따라 아프리카 대륙이 단일시장을 형성하였으므로 아프리카 역내국가 간의 무역이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가 모든 아프리카 국가와 통상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실익도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아프리카 권역별 거점국가와 통상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우리나라 기업이 해당 국가에 진출하여 상품을 생산함으로써 무관세 또는 저율의 관세로 아프리카 대륙 단일시장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략적 시각에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은 기존에 통상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일본과 멕시코의 시장을 개방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통상 등 상당히 수준 높은 통상규범을 가지는 효과도 있다. 또한, CPTPP 가입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자주의적 무역질서를 중시함을 대외에 천명하고 11개 CPTPP 가입국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다만,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과 협상이 필요한데, 일본이 과거 후쿠시마 수산물의 시장개방을 요구한 바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일본의 양보가 가능한지, 일본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가 국내정치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농수산물 등 분야에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피해 농가 등에 대한 지원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 첨단기술 투자와 자립화

유연한 다자주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경제영토와 자원 이외에도 핵심기술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산업경쟁력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전략적 자율성과 협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이다. 첨단기술 확보와 자립화는 외부 의존도를 낮추고 특정 국가의 수출통제나 제재에 대한 취약성을 완화할 뿐만 아니라 통상협상에서 유용한 레버지리로 활용할 수 있어 우리나라의 전략공간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기술에 대한 국제적 표준이나 규범의 형성에 있어서는 해당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므로 다자주의적 차원에서도 첨단기술의 확보는 중요하다. 특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다자주의 또는 소다자주의적 논의에서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반면,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에는 파트너로 인정받지 못하고 논의에서 아예 배제당할 수도 있다. 첨단기술 투자와 자립화는 우리 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경제안보를 위한 ‘방패’이자 다자주의적 통상·외교협상을 위한 ‘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다면 개별 기업이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재정이 풍부한 기업도 성공가능성이 불투명한 기술에 적극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에는 정부가 재정을 활용하여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하는 등 핵심기술의 R&D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설계-부품-소재-제조-가공-서비스 등 전 단계에서 우호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여러 국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을 실제 상용화하여 활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예컨대,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 등과 같이 첨단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에너지 공급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향후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거나 전력망의 문제로 인해 공장이 밀집한 수도권 지역에 대한 전력 공급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러므로 재생에너지 등 청정에너지원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동시에 신속하게 전력망 등 전력 인프라와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첨단기술 산업을 충실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

5. 마무리 - 실존적 선택으로서의 다자주의

오늘날 국제질서는 분열과 경쟁, 자국우선주의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국제질서가 안정적일 때가 있었겠느냐마는,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패권경쟁,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 첨단기술경쟁,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의 전쟁 등 혼란으로 가득한 현재의 국제질서는 최근 몇십 년간 보지 못한 현상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 혼란 속에서도 국제사회의 일부 영역에서는 다자주의적 제도와 규범이 작동하고 있고, 기후위기, 전염병 등 다자주의를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한 분야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주도형 중견국은 다자주의적 가치를 단순히 이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전략적 생존을 위한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불안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전략적 다자주의’가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는 다자주의의 틀 내에서 규칙에 기반하여 행동함으로써 신뢰받는 중견국으로 인정받고,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위하여 새로운 경제영토를 확보하고, 자원 공급망을 실질적으로 다변화하며,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자립화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전략공간을 넓히고자 하는 것이다.

존재는 본질에 우선하고,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선택해야 하는 자유를 가지고 있고, 그 자유의 행사(선택)에 따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작금의 불확실한 국제질서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갈 길을 선택해야 하고, 그로 인한 결과는 우리가 책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국제사회는 다양한 국가, 그룹, 그리고 분야에 따라 협력 구조가 상이한 다중적 거버넌스와 국제규범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다자주의를 통한 국제사회의 안정은 파편화된 세계에서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들이 협력하고 적응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우리나라는 변화하는 상황에 단순히 대응하는 수동적 추종자가 아니라 책임있는 주체(중견국)로서 적극적으로 선택하며 이를 통해 신뢰받는 파트너로서의 위상을 구축해야 한다. 파트너십을 다변화하고, 다자주의와 소다자주의 등 여러 형태의 논의에 참여하며, 규칙 기반의 질서를 유지하는 입장을 취하는 등 유연하고 전략적인 다자주의를 추구하여야 한다. 이는 수출주도형 중견국으로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실존적 과제이기도 하다.23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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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2017 Report to Congress on China’s WTO Compliance. January 2018.

Abstract

A Multilateral Approach to Economic Security

Han, Changwan

Today’s international order is filled with the language of division, competition, and “my country first” policies. While it is debatable whether the international order has ever been truly stable, the current state, marked by power struggles between major nations such as the United States and China, unilateral U.S. tariff impositions, competition in advanced technologies, and wars in Ukraine and the Middle East, is undoubtedly a phenomenon we have not seen in recent decades.

Even amid this turbulence, multilateral institutions and norms still function in certain areas of the international community, and there remain domains, such as climate change and pandemics, that require problem-solving through multilateral cooperation.

For export-oriented middle powers like Korea, multilateral values should not be seen merely as idealistic goals but as a foundation for strategic survival. In an unstable international order, the most practical alternative for Korea to exert influence and safeguard its national interests is “flexible strategic multilateralism.” This means acting within the framework of multilateralism based on rules to earn recognition as a trusted middle power; securing new economic territories to enhance economic resilience; substantially diversifying resource supply chains; and acquiring and localizing key technologies in order to expand our strategic space.

Existence precedes essence, and we must take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our own choices. No matter how difficult and uncertain the circumstances, we possess the freedom to choose and must bear the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exercising that freedom. The same applies to our country. Even in today’s uncertain international order and unpredictable circumstances, we must choose our path, and we must bear the resulting consequences. Looking ahea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is likely to have multiple governance systems and norms that differ depending on the countries, groups, and sectors involved. Stability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rough multilateralism will depend on the ability of states to cooperate and adapt in a fragmented world to solve common problems and achieve shared goals.

Korea must not remain a passive follower merely reacting to changes, but must actively make choices as a responsible actor and a middle power, and thereby establish itself as a trusted partner. We must pursue a flexible and strategic multilateralism by diversifying partnerships, participating in discussions in various formats such as multilateralism and minilateralism, and upholding a rules-based order. This is also an existential challenge facing Korea as an export-oriented middle power.


  1.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한국 및 미국 일리노이주), 법학박사(국제법)
  2. Jamieson Greer, “Trump’s Trade Representative: Why We Remade the Global Order,” New York Times (August 7, 2025). https://www.nytimes.com/2025/08/07/opinion/trump-trade-tariffs.html
  3. Stephen M. Walt, The Hell of Good Intentions: America’s Foreign Policy Elite and the Decline of U.S. Primacy (New York: Picador, 2018), 31-36.
  4. Robert A. Pollard, Economic Security and the Origins of the Cold War, 1945-1950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1985), 6-9.
  5. Karen Halverson, “China’s WTO Accession: Economic, Legal and Political Implications,” Boston College International and Comparative Law Review 27, no. 2 (Spring 2004): 363-369.
  6. 아메리칸드림과 중국몽의 충돌에 대해서는 Stephen Roach, Accidental Conflict: America, China, and the Clash of False Narratives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22).
  7. United States Trade Representative, 2017 Report to Congress on China’s WTO Compliance (January 2018), 3-9.
  8. 패권국가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인 중국 간의 경쟁의 필연적 성격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지적되어 왔다. 이와 같이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가 간의 경쟁을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 기존의 패권국가인 스파르타와 신흥 강대국인 아테네의 관계에 빗대어 ‘투키데디스 함정(Thucydides’s trap)’이라고 지칭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Graham Allision, Destined for War: Can America and China Escape Thucydides’s Trap? (Boston: Houghton Mifflin Harcourt, 2014) 참조.
  9. 쇠퇴하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러시아, 이란, 인도,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터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대응전략에 대해서는 Leslie Vinjamuri (ed.) et al., Competing Visions of International Order: Responses to US Power in a Fracturing World, Research Paper (London: Royal Institute of International Affairs, March 2025).
  10. EU 집행위원회는 ‘개방적 전략적 자율성’을 EU가 스스로 결정하고 리더십과 협력을 통해 세계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으로 EU의 전략적 이익과 가치를 반영한다고 정의하였다. 개방성과 협력을 중시하면서도 가치사슬의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European Commission, Communication from the Commission to the European Parliament, the Council, the European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 and the Committee of the Regions, Trade Policy Review – An Open, Sustainable and Assertive Trade Policy (2021), 4-9. ‘개방적 전략적 자율성’에 대해서는 다음 문건도 참조. European Economic and Social Committee, What Ways and Means for a Real Strategic Autonomy of the EU in the Economic Field?, Final Report (2023).
  11. Henry Farrell & Abraham Newman, Underground Empire: How America Weaponized the World Economy (New York: Henry Holt and Company, 2023), 145-187.
  12. Peter Van den Bossche & Werner Zdouc, The Law and Policy of World Trade Organization, Third E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3), 12-13
  13. 세계 여러 국가는 1960년대부터 이러한 투자유치국에서 정치적 위험 등 발생에 대비하여 투자자 보호에 관하여 정한 투자협정(International Investment Agreement)을 체결했다. David Collins, An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Investment Law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3-15; Chin Leng Lim, Jean Ho & Martins Paparinskis, International Investment Law and Arbitration, Second E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1), 11-31; Campbell McLachlan, International Investment Arbitration, Second Edit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3-7; Rudolf Dolzer, Ursula Kriebaum & Christoph Schreuer, Principles of International Investment Law, Third Edit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22), 5-10.
  14. Pollard, Economic Security and the Origins of the Cold War, 1945-1950은 냉전기간 중 서방 동맹과 미국의 힘을 유지함에 있어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미친 영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미국이 다자주의를 방어하여 왔으며, 다자주의를 방어하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보다 그로 인한 미국의 이익이 훨씬 크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 트루먼 행정부의 경제안보 노력에 대하여 미국의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자유롭고 개방된 세계경제질서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하여, 경제안보를 위해서도 다자주의적·개방적 무역질서가 필요하다고 보았다는 점이다.
  15. 일본은 20021년 세계 최초로 경제안보 관련 문제를 총괄하는 부처를 신설하고 경제안보기본법을 제정하였다.
  16. Henry Farrell & Abraham L. Newman, “Weaponized Interdependence,” in The Uses and Abuses of Weaponized Interdependence, edited by Daniel W. Drezner, Henry Farrell and Abraham L. Newman, 19-66 (Washington, D.C.: The Brookings Institution, 2021).
  17. 이재민, “경제안보의 법적 의미와 외연: 국제법적 측면을 중심으로”, 국제법학회논총 제68권 제4호, 2023년 참조.
  18. Dale C. Copeland, Economic Interdependence and War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4).
  19. James G. Blight; Joseph S. Nye Jr.; David A. Welch, “The Cuban Missile Crisis Revisited,” Foreign Affairs, 66, no. 1 (Fall 1987): 170-188.
  20. James A. Nathan, “The Missile Crisis: His Finest Hour Now,” World Politics 27, no. 2 (January 1975): 257; Don C. Piper, “The Cuban Missile Crisis and International Law: Precipitous Decline or Unilateral Development,” World Affairs 138, no. 1 (Summer 1975): 26-31.
  21. 지난 수 세기 동안 자유주의적 무역질서 또는 국제질서의 설계자이자 지지자 역할을 해 왔던 미국이 자유주의적 질서를 더 이상 적극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자주의적 질서의 온전한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다.
  22. 미국이 고율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중동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한 공격들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국제규범이 지켜지고 있는지 또는 국제법에 여하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처럼 일부 중요한 규범이 준수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국제사회에서는 국제법 규칙들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Malcolm N. Shaw, International Law, Eighth Editi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7), 5-6; Vaughan Lowe, International Law: A 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5), 106-110. 예컨대 미국의 의심스러운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외 국가 간에는 WTO 협정 또는 별도의 통상협정에 따라 국가 간 무역이 이루어지고 있고, 원산지 규정, 지식재산권, 서비스 등 중요한 통상규범은 지켜지고 있다.
  23. Jean Paul Sartre, Existentialism is a Humanism, translated by Carol Macomber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