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법제도적 과제
1. 에너지 수요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의 문제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문제이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감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기점으로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으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점차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외교부, 2017).
이러한 국제적 흐름과 더불어, 국내에서는 2024년 헌법재판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만을 규정하고, 2031년부터 2050년 탄소중립 시점까지의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보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이 미래 세대에게 과중한 감축 부담을 전가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환경권과 평등권을 침해하고 국가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과소보호금지의 원칙’과 ‘법률유보의 원칙’을 들어, 기후위기와 같은 중대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행정부의 재량이 아닌 입법부가 법률로써 구체적인 보호 조치를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헌법재판소, 2024).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 단순한 정책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의무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향후 에너지 정책 수립에 있어 ‘세대 간 정의’를 고려한 ‘법적 구속력’ 있는 감축계획을 수립해야 할 의무가 구체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김성수, 2025). 이 판결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2026년 2월 28일까지 관련 법률을 개정하여 2031년 이후의 감축 경로를 법제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박시원, 2025).23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국제사회의 감축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대통력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는 목표를 확정하고 이를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국제사회에 발표하였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이러한 목표는 지난 2025년 한해동안 전 세계적으로 향후 최근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른 데이터센터 설립 등 전력수요의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IEA, 2025b) 2035년까지 총 2.9억~3.5억 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요구되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다.4
이하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도전적이고 불확실성이 큰 과제를 보다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법·제도적 과제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대응에 대하여 논하고(2),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의 법적 쟁점을 분석하며(3), 법제도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4)을 중심으로 글을 구성하고자 한다.
2.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현 정부의 주요 정책
1)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신설
정부는 기후위기에 보다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대응을 위해, 2025년 10월, 환경부를 확대 개편하여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다. 기존의 산업통상자원부의 권한이었던 에너지 부문과 기획재정부의 기후대응기금 및 녹색기후기금부문을 이관하여 환경부에 통합하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행정안전부, 2025). 전통적인 환경 보전 및 관리기능은 제1차관실 산하 조직에서 추진되며, 신설된 제2차관실에서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전략 수립, 온실가스 감축 목표 관리, 배출권 거래제 운영, 기후 적응 대책, 녹색 전환 및 수소·열 산업 정책 등의 기후정책과 전력산업, 전력망 정책, 재생에너지 보급(태양광, 풍력), 원전 산업 정책 등 에너지 공급과 수요 관리를 기후 목표와 직접 연계하여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통합하여 수행한다. 이러한 조직 개편은 기후 목표(구 환경부)와 에너지 수급(구 산업부)이 분리되어 발생했던 정책의 불일치와 비효율을 해소하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강력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함이다.5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초기에는 이러한 조직개편 및 권한의 통합이 어떠한 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기존에 관련 정책들이 부처별로 독립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기후 대응 정책 간의 정합성 확보에 일부 한계가 있었고, 선진국들의 환경-에너지 부문 통합 사례를 보더라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권한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조직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거대 부처를 신설하면 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이행체계의 추진과 관련 조직간의 협력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임현종, 2024). 탄소중립과 같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의 달성은 종합적인 목표 수립 권한을 부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그에 부합하는 이행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즉, 관련되는 계획들을 꾸준히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이행체계를 점검하여 그 결과가 환류되는 체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으로 인하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과 이행, 탈탄소 산업 전환, 재생에너지 확대, 전력망 구축, 그리고 지역 협력 강화 등은 모두 하나의 정책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관련 계획간의 정합성은 어떻게 구체적으로 확보할 것인지,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에 관하여는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
정부는 2035 NDC 수립 과정에서 EU 등 다른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일정한 범위(range) 방식으로 목표를 설정하였다. 2035년 국가 NDC가 구체화되면서, 재생에너지가 보다 확대되고,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전력망 확충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또한 수송부문에 있어서도 현재 보급속도가 정체되고 있는 전기·수소차의 비중이 더욱 확대될 것이며, 동시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연비 개선 노력도 이루어질 것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이제 정부는 2035 NDC 감축목표를 넘어 향후 10년간의 녹색산업 육성을 위한 세부 추진과제를 담은 ‘녹색전환’을 추진하는 바, 구체적으로 태양광, 풍력, 전력망,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배터리, 히트펌프 등의 분야에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청정전력, 청정인프라 등의 탄소중립기술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러한 에너지 및 산업구조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하여 기업들은 추가적인 부담을 안게 되는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들은 그 이행수단 뿐만 아니라 이행속도도 중요한 바, 조기에 이러한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의 지원재원의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전력망 확충, 에너지 효율 향상, 전력망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이러한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기금의 성과관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여 정책효과가 높은 사업에 예산을 집중하고자 한다(기후에너지환경부, 2025).
또한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중의 하나인 배출권 거래제의 제4차 할당계획이 예정되어 있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기업의 탈탄소 투자 유도가 이루어지는데, 그동안은 가격의 불안정성 등의 문제로 다른 나라에 비해 배출권 거래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생산세액공제, 탄소차액계약제도(CCfD) 도입 등이 추진되며, 이러한 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법제도 기반이 될 ‘탄소중립산업법’, ‘기후테크육성특별법’의 제정이 추진된다.
이에 더하여, 유상할당 비율의 증가를 통해 실질적인 탄소배출의 부담을 현실화하는 계획이 추진되는데,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2026년 15%에서 시작하여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함으로써 오염원인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원을 기후대응기금으로 활용하여 기업의 감축 설비 투자 등을 지원한다. 다만, 급격한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시장안정화예비분 제도를 도입하고, 철강, 석유화학 등 탄소 누출 우려가 큰 업종에 대해서는 무상할당을 유지하여 산업 경쟁력을 보호하는 완충 장치도 마련하였다.
3) 발전소 입지선정에서의 공공참여 및 주민참여형 모델 확산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확대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산지소형 분산망 구축과 이익공유형 주민 참여 모델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먼저, 향후 발전소의 건설은 대규모 송전탑 건설이 필요한 중앙집중형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도권에 산업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곳에서 폭넓게 송전망이 건설되면서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전력 자립률을 높이면서, 지역의 발전소나 송전망 건설에 따른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로, 재생에너지 발전 수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햇빛소득마을’'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산한다. 이는 주민들이 협동조합 등을 통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주주로 참여하고, 발생한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지급받는 모델인데, 정부는 2030년까지 햇빛소득마을 2,500곳 이상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농어촌공사 소유 저수지나 유휴 부지 등 공공 부지를 우선 활용하고, 계통 연계와 저리 융자 등 패키지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중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4) 중앙-지방의 협력 및 시민들의 참여를 통한 NDC 이행체계 구축
국가차원에서는 범부처 K-GX(녹색전환) 추진단이 출범하고, 산업·경제구조의 전환이 추진되지만, 이러한 노력은 국가주도의 정책 수립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차원, 전 국민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이행체계의 점검 및 이행실적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즉 이러한 장기의 국가목표의의 달성에 있어서 사회 각계·각측의 참여를 통한 정책추진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므로, 앞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중요한 정책인 에너지 전환에서의 주민참여 뿐만 아니라, 중앙-지방의 협력체계 구축, 시민 차원에서의 기후행동 추진 및 기후정책 참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설치(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15조), 지역 탄소중립센터의 역할 확대 및 이행상황 점검 지원, 지방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탄소중립정기협의회 개최 등을 통해 정부 간 협력을 확대하고, 시민참여를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활성화가 이루어질 예정이다.6
3. 에너지 전환 정책의 주요 쟁점
1) 국제 목표와 국내 이행 간의 괴리
한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직면한 가장 큰 딜레마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탄소중립 속도와 국내 산업·에너지 현실 간의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1.5℃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이상의 감축을 요구하고 있으나,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의 특성상 단기간 내 급격한 감축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에 있어서도 감축범위의 최상단인 61% 감축이 국제기준을 반영하였다는 점은 국제 목표와 온실가스 감축 간의 괴리를 보여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2024년 기후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문(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2020헌마398 결정)에 따르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을 고려하는지, 세계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하여야 할 몫에 부합하는지,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지는 않는지 등을 고려하여 감축목표를 설정하여야 하는데, 국제기준을 고려하면 61%의 감축을 이루어내야 하며, 미래세대와의 공정한 감축량 배분을 고려하면 더욱 이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점은 감축목표 설정 이후에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2) 관련 계획 간의 정합성 문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 제10조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20년을 계획기간으로 하는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상위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부문별 기본계획, 세부 시행계획과의 정합성 확보 및 이행체계의 구축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즉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는 부문별 감축계획만 확정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행을 위해서는 제반 계획들이 이에 부합하도록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핵심적인 정책수단의 하나인 전력 부문에 있어서의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기사업법」에 따른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타 발전부문간의 조정 및 재생에너지 비율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것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령상으로는 전기사업법 제25조 제7항에 따라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은 기본계획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에 따른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부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고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계획 간 조정사항이나 계획 수립 과정에서의 고려기준에 명시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2025년 10월 정부조직개편으로 인하여 수립주체가 산업통상부장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장관이 되었다는 점은 향후 이러한 계획들이 정합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할 수 있으나, 이후 조직개편의 가능성이나 타 계획들의 조정 문제를 고려하면 명시적으로 개별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수립하는 절차와 환류체계를 제도화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3) 탄소감축에 있어서 세대 간 정의(Intergenerational Justice) 고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세대 간 정의’를 한국 기후 정책의 핵심적인 법적 쟁점으로 부상시켰다. 하지만 세대 간 정의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구체화된 기준이 현재 제시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현재세대와 미래세대는 세대 간 공동체로서, 국가는 세대 간 연대와 보호에 기반해, 양 주체를 모두 보호할 책무를 진다. 다만, 현재세대는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를 통해 직접적인 결정이 가능한 반면, 미래세대는 법정대리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실현되거나, 아직 출생 전의 미래세대의 경우 직접적인 권리주체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국가는 기본권 보호와 객관적 가치질서의 실현을 위해 입법을 통해 모든 법규범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미래세대를 존중되고 보호해야 할 의무를 갖는다(배건이, 2022).
하지만, 계획 수립과정에서 미래세대의 참여는 한계가 존재한다. 다양한 계획수립작용에서도 당연 현재세대의 이해관계와 현재 상황의 고려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되며, 의사결정은 이러한 한계 속에서 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정치적 과정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보다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고려하여야 할 가치나 기준들을 법제화하고, 합리성과 수용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결정구조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기준 하에서 계획작용의 수립과 이행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환류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4) 지역 간 형평성과 분산형 에너지 체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지역 간 형평성’의 문제이다. 한국의 전력 시스템은 전통적으로 해안가에 위치한 대규모 발전단지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장거리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 등 대도시로 공급하는 중앙집중형 구조를 취하여 왔다. 이 과정에서 발전소 주변 지역과 고압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은 환경 오염, 재산권 침해, 건강 위협 등의 피해가 있었고, 이러한 문제는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재현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자연환경으로부터 비롯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수도권에 이를 큰 폭으로 확보하기는 한계가 있으며, 주로 지방에 건설계획이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공장 증설, 데이터센터 건립 등 전력 수요는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망 재편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으로 산업입지를 재편할 것을 고려하거나, 전력을 공급하는 지역에 더 많은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고려하는 등 다양한 정책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동시에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갈등 문제도 포함하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즉 에너지를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하는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과, 발전소 인근 지역의 전기요금을 낮추고 원거리 지역은 높이는 '지역별 차등 요금제(LMP)' 도입 등을 통하여 재원을 확보하고, 발전소 인근 지역들에 대한 지원 재원을 확보하며,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입지를 분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을 골고루 발전시키는 균형발전정책을 전력수급계획과 연계시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4. 향후 법제도 개선과제
1)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부문별 계획간의 정합성 확보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 발전부문의 향후 계획은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은 최상위 계획인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에 근거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실질적인 에너지 수급을 결정하는 「전기사업법」에 근거한 ‘전력수급기본계획’ 간의 정합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적으로 보면 기본계획은 구속력이 부족하지만,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실질적으로 발전소의 신규 허가에 사실상 구속적인 영향을 미치며, 과거 산업부와 환경부가 분리되어 있던 계획체계 하에서 산업계의 논리나 경제성 논리가 보다 적용되고, 국가 전체 차원에서의 탄소중립 목표(NDC)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소극적으로 설정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과 부문별 계획간의 정합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현재 개별적으로 수립되는 각종 에너지·환경·기후와 관련된 계획들이 단일한 목표 아래 조율될 수 있도록 연계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고려하여야 할 목표를 법률에서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개별 법령의 목적조항, 계획 수립 기준 등에서 기후목표 달성을 고려하야아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계획 수립 절차에서 구체적으로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과의 정합성을 점검하는 절차를 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과정이 구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나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수정 또는 보완을 요구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권한을 두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 인허가 기준 완화와 '우월한 공익' 법리 도입
재생에너지 설비의 신속한 확충을 위해서는 현재 평균 5~6년 이상 소요되는 복잡하고 중복된 인허가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독일과 EU의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큰 틀에서 독일 재생에너지법(EEG) 제2조에서와 같이, 재생에너지 건설을 우월한 공익(überragendes öffentliches Interesse)으로 규정한 것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 대응 등 국가의 정책적으로 중요한 사안들에서 특정한 이익이 우선하는 공익으로 강하게 고려하는 법리의 도입이 필요하다(한명진, 2025).7
독일의 경우 기존에 발전소 건설과 같은 계획작용에 있어서는 행정청이 다양한 공익과 사익을 비교·형량(Abwägung)하여 결정을 내리는 구조였다면, 변화된 법제 하에서는 이러한 중대한 공익성을 갖는 사업에 있어서는 필요한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가 우선하며, 그에 따라 관련이익을 어떻게 조정하여 가는지가 중대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만약 다른 법률에 따른 법적 이익과 충돌하는 경우, 그 충돌하는 이익의 형량에 있어 재생에너지 설비의 인·허가에 있어 보다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이익을 형량하여 완화된 심리가 가능하게 될 수 있다.
단, 이러한 이익의 형량 과정에서 기존의 법적 이익, 예컨대 풍력발전소 건설에 있어서 생물들의 서식지 보호와 관련 사항들이 완전히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환경적 영향이 적고 입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미리 지정하고, 해당 구역 내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완화될 수 있거나, 그 기간을 단축시키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즉, 이러한 규제 완화가 난개발로 이어지지 않도록 환경영향평가의 내실화는 담보되어야 하며, 이는 독일이 연방자연보호법 개정을 통해 발전 시설의 영향을 명확히 규정하여 법적 불확실성을 제거한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을 통해 현재 에너지 전환을 지연시키고 있는 각종 영향평가 및 인허가 제도들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비용을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3) 지역주민과의 갈등 완화 및 수용성 제고를 위한 법제 형성
재생에너지 시설의 입지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주민 수용성을 단순히 발전소 건설논의가 시작되면 제기되는 민원 해결차원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정책의 효과성 및 책임성을 위해 권리와 혜택의 공유 관점에서 접근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이국현, 2023).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와 지자체가 사전에 환경성, 수용성, 계통 여건을 검토하여 입지를 선정하고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계획입지제도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환경적 측면에서는 주민들의 수용성이 확보되기 쉬운 장소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제도를 활용하고, 주민들의 참여와 수용성 제고,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해 주민 참여를 의무화하고, 발전 수익의 일정 비율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도록 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동시에 중앙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 실적에 따라 교부세 지원(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지방교부세 인센티브) 등 재정적 인센티브를 연동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여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와 같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주민의 참여를 활성화하여, 사업자에게는 공공부문의 참여를 통한 예측가능한 협의과정이 담보되고, 지역주민 차원에서는 입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주민 참여와 투명성을 보장하는 절차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특히 지역 차원에서의 입지 선정은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에너지 계획을 수립하고 입지 선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의 이양도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법률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및 송전시설의 설치기준, 절차가 규정되지만 지역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지역별 기준을 구체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및 송전시설 설치 과정에서 분쟁이 과도하게 발생할 경우 탄소중립 이행목표를 제 시간에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여건에 놓이게 되므로, 법적 분쟁을 통한 사후적 해결보다는 사전적인 갈등완화 및 지원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중재기능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물론 이러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지방자치단체가 가지는 재량권의 남용이 되지 않도록, 자치입법권에 대한 위임의 범위의 적정성, 비례원칙을 통한 통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지속적인 관심과 통제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허가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박탈하는지 살펴보고, 사업자나 지역주민들이 자의적이라고 느껴지지 않도록 기준을 충분히 구체화 할 필요가 있으며, 법률유보 및 비례원칙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한명진, 2025).
5. 결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중대한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였다. 최근 기후소송 결과에 따른 국가 탄소감축계획의 구체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신설 등의 움직임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지만, 여전히 뒤처지고 있는 재생에너지 비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인 과제이다.
전통적인 법제도와 거버넌스 하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면, 이제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는 것이 차질없이 이행되면서도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적절히 형량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일정부분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수렴은 간소화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법적 이익의 침해로만 결론지어지지 않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전적인 예비 입지 확보 노력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효율적인 절차 정비와 더불어 수용성 강화를 위한 지원체계 정립이 필요하다.
즉, 우선하는 공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절차적 정비 및 인허가기준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반영하여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장하는 구체적이고 구속력 있는 감축 경로를 법제화하고, 그에 반발하는 주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중앙집중형, 공급 위주의 에너지 법제를 분산형, 수요 관리 중심, 그리고 기후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체계로 전면 재설계함으로써, 탄소중립 실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원의 교체를 넘어,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적 구조를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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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5b). World Energy Outlook 2025.
Abstract
Legal and Institutional Tasks for Energy Transition in Response to the Climate Crisis
The energy transition to combat climate change has become an irreversible zeitgeist and a pivotal national mandate that will define Korea's future competitiveness. While recent initiatives—such as the concretization of national carbon reduction plans pursuant to climate litigation outcomes and the proposed establishment of a Ministry of Climate, Energy, and Environment—seek to address these imperatives, legal and institutional supplements are indispensable to resolving the persistently low ratio of renewable energy.
Whereas the priority of traditional legal frameworks and governance was the extensive convergence of opinions through broad stakeholder engagement, the emerging challenge is to balance conflicting interests without impeding the critical public interest of climate crisis response. Although this paradigm shift may necessitate a streamlined consensus process, it should not lead to the violation of legal interests. Consequently, proactive efforts by central and local governments to secure preliminary sites are prerequisite, alongside the establishment of efficient procedures and support mechanisms to bolster social acceptance.
Specifically, the realization of this overriding public interest requires the prior refurbishment of procedural systems and licensing criteria. In parallel, reflecting the intent of the Constitutional Court’s ruling, it is imperative to legislate concrete, binding reduction pathways that safeguard the rights of future generations, while offering substantive support to affected communities.
Ultimately, a comprehensive restructuring of the energy legal regime is required—shifting from a centralized, supply-driven model to a decentralized, demand-side management system that places climate values at the forefront. Through this, the dual goals of carbon neutrality and sustainable development must be achieved. This represents more than a mere substitution of energy sources; it is a profound transition toward a just and sustainable socio-economic structure.
- 서울여자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법학박사(행정법) ↩
- 독일의 경우에도 2020년 4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기존 “연방기후보호법”이 미래세대의 권리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며 일부 위헌 판결함에 따라 연방기후보호법을 개정하였으며, 이후 법적 구속력 있는 부문별 관리목표가 포함된 국가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수립하였다. ↩
- 헌법재판소 2024. 8. 29. 선고 2020헌마398 결정 ↩
- 2025년 11월에는 2018년에 비해 2035년 53%~61% 감축하는 안이 최종 확정되었고, 이는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한국형 녹색전환(K-GX, K-Green Transformation) 추진단이 2026.1.28. 출범하였다. 특히 가장 많은 탄소배출 비중을 차지하는 전력부문에서 68.8~75.3%의 감축 목표가 제시되어 빠른 속도로 발전부문의 탄소중립 이행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
- 이러한 권한의 집중화 모델은 환경과 에너지 기능을 통합하였던 독일이나 프랑스의 환경부 조직을 모델로 한 것으로 파악된다. ↩
-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15조에 근거하여 설치된 위원회로, 정부의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의 추진을 위한 주요정책 및 계획과 그 시행에 관한 사항 심의·의결하는 기구이다. 이는 과거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제14조에 근거한 녹색성장위원회를 바탕으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기능을 포괄, 국민의 환경권 보장을 위한 권한 확대 등을 거쳐 현재의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자리잡게 되었다. ↩
- 재생에너지 건설, 통신망 건설 등에 우월한(압도적인) 공익의 지위를 부여하고, 이익형량에 있어서 특별히 높은 비중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